Books2011. 8. 27. 13:00
아불류시불류이외수의비상법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이외수 (해냄출판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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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은미하는거라 한다. 그런데 난 단숨에 다 읽었다. 그래도 아무도 없는 도서관 4층 학교 전경이

다 보이는 큰 창문 앞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늦여름의 프르름과 함께 했으니 한번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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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마을에 현자 하나가 살고 있었다. 그는 소통의 달인이었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비결을 물었다.
상대편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비결이오. 현자의 대답이였다.
어느날 뚝건달 하나가 현자를 찾아와 대화를 청했다. 물론 현자는 대화에 응해 주었다.
뚝건달은 대화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소문을 듣고 현자를 찾아오는 행인 하나와 마주쳤다.
행인에 대해서 물었다. 그러자 뚝건달이 대답했다. 가 봤자 별거 아닐거요.
딱 내 수준에 불과하니까. 

 울지마라.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말라버리는 접시물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고여서 넘치는 
옹달샘이다. 울지마라. 헌 사랑이 떠나면 새 사랑이 오나니. 울지 마라.

 바로 앞에 마주 보고 있어도 천 리나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천 리나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바로 앞에서 마주 보고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대가
생각하는 사람과 그대 사이의 간격은 어느 정도인가요.

 지구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고 우조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 물론 사람에게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인생 전체가 봄이기를 바라기 때문에
불행하다.

 당신의 사랑이 자주 흔들리는 이유는 그것이 진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잠시만 머무름 속에도 아픔이 있고 잠시만의 떠나감 속에도 아픔이 있나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중에서 아픔이라는 이름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고수는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고 하수는 머릿속이 만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외롭고 긴 시간의 터널을 지나면서, 낙태를 하듯이 모진 마음으로 그대 이름 지우고, 허기진 영혼으로
나는 울었네. 여름이 문을 닫고 있었네.

 남들이 다 하는 것을 자기가 못하면 바보가 되는 줄 알지만 남들이 다 하는 것을 자기가 따라 하기
때문에  오리혀 바보가 되는 것이다. 남들이 다 하는 것을 자기도 따라 한다는 것은 보편화된다는
뜻이며 뒷북을 친다는 뜻이니 절대로 폼나 보일 까닭이 없다.

 못 배운 사람의 무지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배운 사람의 억지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시간은 한정없이 당신에게 지급되지만 당신이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소모하든 당신의 목숨도
똑같은 분량으로 소모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면 마냥 헛되이 쓰지는 못할 것이다.

 아프지 않아도 사랑이 아니며 슬프지 않아도 사살이 아니다. 사랑이 활홀하다는 달콤하다고는
생각지 말라. 그것은 시작될 무렵 아주 잠깐 동안 콩깍지와 함께 머무르는 환상에 불과하다.

 아파트의 벽 두께는 20센티. 그러니까 옆집과의 물리적 거리는 20센티 밖에 안 된다. 하지만
마음의 거리는 2만 리 정도. 도시에서는 모두가 타인이다. 전철에서 무려 30분씩이나 어깨를
맞대고 출퇴근을 해도 말 한마디 나누지 않는다. 좀비들 같다.

 하늘 아래 타인은 없다. 알고 보면 모두 동일한 인연의 거미줄에 연결되어 있는 존재이다. 다만
그 사실을 인지하고 사는가는 이들이 드물 뿐이다.

 남을 위해 살아가는 일이 곧 당신을 위해 살아가는 일이다. 숙고해 보면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겨우 자신의 밥그릇 하나를 부지하기 위해 온갖 발버둥을 치면서 한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인생이란 얼마나 불쌍하고 무가치한 것인가.

 온 우주를 통틀어 나와 무관한 것도 없고, 온 우주를 통틀어 당신과 무관한 것도 없다.

 조건으로 결혼하는 커플이 많아졌습니다. 머지않아 인스턴트 사랑을 판매하는 자판기가 거리에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사랑 한 컵을 마시려면 얼마 정도의 동전이 필요할까요.

 세상에 그 어디에도 기쁨과 행복만을 가져다주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랑은 언제나 그 크기와 깊이에 비례하는 고통을 수반하고 있다.

Posted by Brian B. Lee